APOLOGETICS

우주는 스스로 생겨났는가

루카 · 2026.09.10

무신론자가 창조를 반박할 때 즐겨 쓰는 되치기가 있습니다.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입니다. 그럴 바에는 우주가 그냥 원인 없이 생겼거나 영원히 존재해 왔다고 보는 편이 낫다는 주장입니다. 언뜻 강력해 보이는 이 반론을 정면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먼저 오래된 논증 하나를 소개합니다. 중세 이슬람 철학자 가잘리에게서 비롯되어 현대에 철학자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가 다듬은, 이른바 칼람 우주론적 논증입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첫째, 존재하기 시작한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둘째, 우주는 존재하기 시작했다. 셋째, 그러므로 우주에는 원인이 있다.

첫 번째 전제부터 봅시다. 아무 원인 없이 무언가가 무에서 튀어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도, 과학에도 어긋납니다. 원인 없이 생겨나는 일이 정말 가능하다면, 왜 지금 이 방 안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두 번째 전제, 곧 우주가 시작을 가졌다는 것은 오히려 현대 과학이 뒷받침합니다. 팽창하는 우주를 거꾸로 되짚으면 유한한 과거의 한 시작점에 이릅니다. 이것이 빅뱅 우주론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우주가 정말 영원했다면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이미 오래전에 고갈되어, 지금과 같은 별과 생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철학적으로도 실제로 완결된 무한한 과거라는 개념은 여러 역설을 낳습니다.

이제 반론을 가장 강한 형태로 되받겠습니다. "그럼 신은 누가 만들었나"라는 물음부터입니다. 전제는 존재하기 시작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했지, 모든 것에 원인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없는 영원한 존재에는 이 전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편의를 위한 예외가 아니라 전제의 정확한 범위입니다.

다중우주나 진동하는 우주가 원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인정하겠습니다. 이것들은 진지한 과학 가설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델들도 시작의 문제를 한 단계 뒤로 미룰 뿐 없애지 못합니다. 다중우주 역시 그 자체의 시작을 요구한다는 것이 여러 물리학 정리가 시사하는 바이며, 대부분은 직접 관측 증거가 없는 사변입니다. 양자 요동에서 우주가 나왔다는 설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자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이미 물리 법칙과 에너지가 작동하는 무언가입니다. 그것은 무가 아닙니다.

여기서 변증의 한계도 정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이 논증만으로 그 원인이 곧 성경의 하나님이라고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원인이 어떤 성격이어야 하는지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시간과 공간과 물질은 우주와 함께 생겨났으므로, 그 원인은 시간·공간·물질 밖에 있어야 하고, 비물질적이며, 상상할 수 없이 강력하고, 우주를 있게 하기로 결정한 인격적 존재여야 합니다. 이 초상은 무신론이 말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성경이 말하는 창조주에 비할 수 없이 가깝습니다.

성경은 이 모든 논증보다 앞서,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1).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주는 원인 없이 스스로 생겨나지 않았고, 영원히 존재해 오지도 않았습니다. 시작이 있었다면 원인이 있어야 하고, 그 원인은 우주 밖의 인격적 존재를 가리킵니다. "누가 신을 만들었나"라는 되치기는, 시작 없는 존재라는 개념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우리가 믿는 창조주는 만들어진 분이 아니라, 만드신 분입니다.